“도대체 무엇이 오늘날의 [ ]을/를 이토록 소소하고 소소하게 만드는가”는 머머링프로젝트가 서울 문화재단 Y-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원 버리지마 씨’(이하 ‘버리지마 씨‘) 프로젝트의 결과를 풀어놓는 전시이다.

약 6개월간 계속된 ’버리지마 씨‘를 진행하면서 머머링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표는 소소한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방해하는 오토마타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애초에 모든 쓰레기 무단투기를 감시하거나 막을 수는 없기에 쓰레기의 범위는 소소한 것들(일회용 컵, 음료수 캔, 담배꽁초 등)로 정하였다. 그리고 길거리의 익숙하고 소소한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데에는 최초의 무단 투기(자) 이후에 이미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덜 불편한 심리적 상태,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식의 ‘소소한’ 정당성이 확보된 태도로 인해 연쇄적인 투기가 뒤따른다고 판단하여 그 최초의 투기행위를 방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제작하였다.

하지만 ‘오토마타 인형을 활용한 최초의 쓰레기 무단투기 방해 실험‘(이하 ’실험’)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처음의 예상대로라면 오토마타 인형으로 쓰레기 투기행위를 방해해야 하는데 오토마타 인형 때문에 처음부터 사람들이 근처에 오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오토마타 인형을 ‘하이파이브 머신’으로 생각하고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원인과 변수 안에서 이루어지는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방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머머링프로젝트는 오토마타 인형 설치 실험 실패 후 실험과 병행한 설문조사, 현장조사, 환경미화원 인터뷰 등을 분석하며 쓰레기 무단투기의 원인과 변수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자료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쓰레기 무단 투기라는 현상은 대단히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지만, 그것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접근은 매우 단순하게 -1)‘낮은 시민의식’(주로 치우는 쪽의 입장)과 2)‘쓰레기통이 없어서(주로 버리는 쪽의 입장)’- 둘로 나뉘며 ‘개인의 책임 vs 시스템의 책임’의 구도에는 반드시 ‘시민의식’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후 계속되는 자료 분석 과정에서 ‘시민의식’은 빈번하게 등장하며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거나 문제의 본질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조사 내용과 실제 사례들을 살펴볼수록 ‘시민의식’의 높고 낮음으로는 대부분의 개별적 사례들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레기 무단투기의 문제는 단순히 ‘높은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이 너무 적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발전된 시스템(충분한 쓰레기통의 수, 쓰레기 수거 방식, 인력 확보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진적이고 고질적으로 ‘낮은 시민의식’ 때문에 발생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살펴보는 문제-원인의 앞과 뒤에는 반드시 ‘시민의식’이 어떤 방식으로든 따라붙었다. 이것은 오히려 매우 불필요한 개입처럼 느껴졌으며 ‘시민의식’이라는 단어-개념의 쓰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시민의식’이라는 말은 쉽게 문제 안으로 들어갔다가 쉽게 문제에서 나가게 해주면서 정작 문제 안에서 봐야 할 것들을 놓치게 만들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민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 즉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 태도를 말하며, 둘째로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두산백과) 혹은 그러한 태도를 뜻한다. 보통 집단 구성원의 행동 양태에서 드러나는 준법성, 도덕성, 양심, 윤리성 등 시민으로서의 향상적 태도에 대한 정도-수준을 따질 때 쓰인다. 한국사회에서는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외국에 알릴 수 있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시민의식’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종종 언론 보도, 인터넷 매체, SNS 등을 통해 사회 질서를 해치는 사건들이나 이기주의적인 행태들을 접하게 된다. 해당 사건들을 언론에서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그 양태에 대한 양심적, 도덕적, 윤리적 접근이며 ‘낮은 시민의식‘을 지적하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전파되는 경우 대중들의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익명이 보장되는 특성 탓에 더 강하고 적나라한 표현들로 ’수준 낮은 시민’들의 양태를 비판-비난한다. 이러한 비판-비난 속에 다뤄지는 ‘낮은 시민의식’의 속성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식되며, ‘헬조선’, ‘@@충(ex)맘충, 급식충 등)’, ‘개저씨-개줌마’, ‘손놈’ 등의 다양한 차별과 혐오를 담은 신조어들로 표현 된다. 최근 발생한 이와 같은 단어의 기저엔 현재의 사회(헬조선)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 불만이 존재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판-비난 속에서 문제의 원인은 ‘최소한’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낮은 시민의식’으로 규정되며, 부끄러운 ‘낮은 시민의식’ 아래 자조적 비판의 주체인 자신(구성원)과 비판되는 대상(집단-개인)은 분리, 대상화된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사실들을 자주 접하기도 한다. 교황 방문, 촛불집회 등 도심지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집회에서 쓰레기 없이 깔끔한 거리의 상태, 질서정연한 시민의 모습들이나 구급차가 지나가기 위해 주행 중이던 차들이 모두 옆으로 비켜서는 모습. 인간 띠를 만들어서 익사 위험에 빠진 요구조자를 구해내는 시민들 등의 훈훈한 미담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그 안에 속한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겨질 만한 현상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인터넷, SNS를 타고 전파되며, 이 사회와 구성원이 나름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대한 방증으로 평가된다. 또 이러한 사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며, ‘높은 시민의식’ 아래 훈훈함에 도취된 자신(구성원)과 자랑스러운 대상-(사회-집단)은 강하고 매끄러운 결속을 가지게 된다.

위의 두 가지 상황을 볼 때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집단의 ‘시민의식’이라는 것을 사안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높은 상태’로 규정하고 일반화하며 또 다른 경우에는 반대로 ‘낮은 상태’로 규정하며 일반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언제나 매우 극단적으로 나뉜다. 그리고 많은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사회적 문제-원인에 접근할 때 ‘시민의식’의 대부분의 쓰임은 자신(구성원)과 집단 사이의 결속과 분리를 만들어내는 프로파간다적 필터로써 문제를 피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소비하게 하거나, 단순하고 지엽적으로 만들며 양극단 사이에 무수히 존재하는 미시적인 상태들을 관찰하기 힘들게 하여 사안마다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입체적 접근이 여의치 않게 만든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쓰임은 이전의 불안정했던 사회-경제적 상황을 어느 정도 벗어난 시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질서-정서에 부합하는 구성원 간의 암묵적 질서로서 요구되고, 그러한 새로운 질서-정서를 내포한 사회를 유지하는 힘으로써 강조되었던 1980년대 버전 그대로이며, 그 당시에 그러하였듯이 사회-체제에 어울리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간하는 정도의 감별의식에 사용되는 ‘스펠’에 불과하다.

머머링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시민의식’의 일반적인 쓰임이 문제-원인에 접근하는 데에 의미 없고 불필요하며 지양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시민의식’을 ‘도덕, 양심, 윤리’가 내포된 규정 잣대가 아니라 ‘동시대 사회를 공유하는 구성원의 평균적인 사회문제의식‘으로, 높고 낮음 없이 대부분의 구성원이 이미 일정 수준을 획득한 상태로 간주하고, 그 구성원 개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의식이 발동하는 ‘트리거 포인트’를 찾는 쪽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수정하였다. 1차 설문에 연계된 2차 설문조사와 사례 수집을 분석하여 이 시대의 사회-집단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시민의식‘, 생성-발동 원인 등을 알아보았고, 이를 근거로 미시적 개인들이 가지는 문제의식의 발현되는 지점의 차이들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VR 게임을 개발하였다.

사회-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저마다 조금씩은 다른 신념, 판단 기준, 행동 양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무수히 많은 미시적인 패턴-흐름들이 겹치고 쌓이면서 거시적인 사회-집단의 패턴-흐름을 만든다. 하지만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언제나 거시적인 패턴-흐름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구성원들을 명징하게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머머링프로젝트의 이번 전시는 배제된 미시적 구성원들의 면면과 양태를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